Poppy 08008

양귀비꽃 2
인간 영혼의 거울

나에게 양귀비꽃은 인간의 삶을 상징한다. 내가 양귀비꽃을 의인화한 이유는 그것들의 실루엣이나 담홍색이 인간이 나타낼 수 있는 여러가지 양상을 보여주기 때문이다.

나는 그 꽃과 꽃잎들을 인간의 얼굴인 것처럼, 그 줄기는 인간의 몸인 것처럼 바라보았다.

그리고는 어둡고 밝은 부분을 동시에 지닌 드넓은 공간에 혼자 서있는 사람을 상상해보았다.

아래 쪽의 어두운 부위는 우리 마음 속의 음울한 면을 상징하고, 윗 쪽의 밝은 부분은 희망을 표현한다.

이 사진들을 통해 나는 어떻게 희망의 광선이 경우에 따라서는 우리의 절망이나 가장 음침한 욕망을 초월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고 싶었다. 현대인에겐 자신의 어두운 심연의 깊이를 잴 수 있는 방법이 없다. 나는 다만 이 어두운 면이 온 공간을 차지할 만큼 깊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.

섬세하게 층진 뉘앙스 속에서 투명하게 부유하는 붉은 색은 관객을 초현실의 세계로 초대하고, 미니멀한 뒷배경과 대조를 이루는 아롱거리는 색의 환상은 그의 시선을 불가항력적으로 끌어당긴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