보이지 않는 길 어느 여름 새벽에 서해안을 향해 달리다가 완전히 안개에 휩싸인 길에 놀랐던 적이 있었다. 더 이상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기이하고 신비로운 분위기였고 나는 새로운 발견에 대한 흥분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뒤섞인 묘한 감정에 사로잡혔다.
바다는 오직 해안에 밀려드는 파도소리에 의해서만 감지되었고 모든 것은 두꺼운 흰 장막에 덮여있었다. 이따금 그 무형물이 걷히면서 바다나 멀리 있는 섬의 모습을 드러내었다가 또 다시 덮어버리는 일이 계속되었다.
결국 안개가 부분적으로 걷히었는데 바로 그 순간에 조수현상으로 바닷물이 빠져나가면서 그 때까지 보이지 않던 길이 나타났다. 끝없는 길, 물과 안개의 포로였던 영원으로 향하는 길.
우리 인생은 그 길과 같다. 그에 이르는 길은 불확실하여 때로는 혼란하고 때로는 분명하다. 모든 것은 벗겨보아야 알며 미래에 대한 그 무엇도 예언할 수 없다.
파도소리가 차츰 희미해졌다. 바다가 멀어지면서 길은 점점 더 분명히 드러났다. 대지는 고요하고 야성적이었다. 바다와 땅은 가차없이 얽혀있었다.
자주 어떤 향수가 그 보이지 않는 길을 찾아 나를 황해안으로 가게 했다. 3년 동안 때로는 고요하고 때로는 소란한 매번 다른 바다의 얼굴에서 내가 느끼는 감동은 나에게 진정한 조화감과 평온함을 가져다 주었다. 그 끝없는 신비는 마치 내가 거기에서 영원을 들을 수 있기라도 한 것처럼 불가항력적으로 나를 이끌었다.
나는 그곳에서 삶의 의미에 대하여, 길이 보이지 않던 암울한 순간들 뿐 아니라 길에 환하게 햇살이 비쳤던 순간들에 대하여도 생각해보았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