Azalea
  • Sunflower
  • A flower


이 연작의 제목은 원래는 « 화병에 담긴 꽃 »이어야 했다. 왜냐하면 여러 모양의 옛 화병에 꽂혀 있는 꽃들을 촬영했었으니까.

이 계획의 영감은 아내가 아파트를 장식하려고 꺾어오곤 하던 들꽃에서 왔다. 집안에서 촬영한 그 첫 사진들은 만족스럽지가 않았다. 너무 딱딱한 면이 있었다. 나는 너무 인위적인 형태의 이케바나 같은 식의 꽃꽂이를 좋아하지 않는다. 내가 무엇보다 좋아하는 것은, 고백하건데, 나에게 감동과 영감을 준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 같은 자연스러운 꽃다발이다.

그래서 나도 내 작업실 안에다 꽃들을 연출하기로 마음먹었다. 작업실에 고풍스러운 벽을 닮은 뒷배경을 만들어 놓고, 그 앞에 손때 묻은 탁자를 배열하고, 사진기를 삼각대 위에 설치했다.

내 작업실은 봄부터 시작해서 철 따라 무수한 꽃들이 피어나는 산을 등지고 있다. 나는 날마다 야생화 뿐 아니라 정원에서 피어 나는 꽃들도 꺾어다가 꽃다발을 만들어 물이 담긴 화병에 꽂아 놓았다.

그리고는 이상적인 순간을, 그 일시적인 생명이 스러지기 전에 한없이 우아하고 절대적으로 아름다운 그 순간을 사진으로 영원히 남기고자 끈기있게 기다렸다. 떨어지는 꽃잎의 황홀함을, 열리는 꽃눈의 감흥을, 줄기 끝에서 뻗어나오는 뿌리의 힘을 포착하고자 했다.

이 연작은 식물계에 바치는 시로서 화병에 꾸밈없이 담겨 단 며칠을 사는 꽃들의 단순하고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찬미한다. 내 사진에 의해 그 꽃들의 생명은 영원히 지속된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