구구
내가 처음으로 내 비둘기 비순이를 촬영하기 시작한 것은 1993년 한동안 비어있던 나의 새 작업실로 이사했을 때였고 작업실이 가구와 다른 집기들로 정비되었을 때 이 주제를 그만두었다.

그리고 다시 폐교된 초등학교의 낡은 교실에서 비순이를 촬영하였다.

닫힌 그 교실 안에서 비순이는 다양한 장면을 연출하였다. 내가 목격한 것은 친숙하지 않은 공간을 벗어나려는 새의 절망적이고도 희망적인 장면들이었다.

그 공간이 자연스러운 환경이 아닌 새의 절망적인 몸부림에서 나는 구원에 도달하려는 인간의 내면적인 몸무림을 보았다.

구구는 한국어로 비둘기 울음소리를 나타내는 의성어이지만 나에게 개인적으로는 구원을 의미한다.